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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궁전 Mind Palace/몽상 Fancies

구슬

by 둘째 Dooljjae 2022. 4.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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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한 개씩 거르지도 않고 꼬박꼬박 오는 메세지가 너무 숨 막혀서 미쳐버릴 것 같다.
발신자는 내 아빠, 수신자는 그의 답 없는 둘째 딸.
메세지가 길면 길수록 감정의 골은 깊어진다.

날 위해 하는 말인 거 아는데, 아주 잘 알겠는데,
그 방식이 나와는 너무 달라서 하루가 지날수록 목을 옥죄어 온다.
내 삶의 가치를 폄하하는 말을 반복해서 들으니 이젠 정말로 내가 보잘것없는 시간을 보내왔다고 생각하게 된다.
사람 하나 바보 만드는 거 참 쉽구나.

당신 고생은 고생이고, 내 고생은 고생도 아니라고 하니 할 말이 없다.
나로 살아본 적도 없으면서 왜 함부로 말하지.
힘들다고 얘기하면 징징댄다고 하고, 힘든 내색 하기 싫어 말을 안 하면 가족들과 대화 좀 하라고 하고.
친구처럼 지내는 부녀지간이 되고 싶다고 하는데, 어떤 친구가 자기 친구에게 그런 말을 하는지.

쪽팔려서 자세한 건 얘기도 못 하겠다.
다들 이러고 사나? 우리 집만 이런 건가?
아빠는 매일 나보고 유별나다고, 예민하다고, 이해가 안 된다고 하는데 정말로 내가 이상한 인간인 건가?

난 대체 어디서부터 문제였던 걸까.
언제부턴가 내 목구멍에는 큰 구슬이 하나 끼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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