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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궁전 Mind Palace/몽상 Fancies8

Replaceable 나는, 대체 불가능한 사람을 꿈꾸지만 얼마든지 대체 가능한 사람. 특별해지고 싶지만 흔하디흔한. 천재였으면 하지만 그저 범재일 뿐. 일에서도, 인간관계에서도, 재능에서도, 그냥 내 삶이란 게 공장서 찍혀 나온 수많은 기성품 중 하나같다. 없어져도 망가져도 아쉽지 않고 그저 다시 사면 그만인. 이 사실에 비참해야 하는 걸까? 아니면 이거라도 되는 것에 감사해야 하는 걸까? 도무지 모르겠다. 한때는 내가 뭐라도 되는 줄 알았더랬다. 대단한 착각이었다. 어린 날의 패기였다. 비대한 자아의 부산물이었다. 욕망과 현실의 간극에서 느끼는 괴리감에 가라앉는다. 이런 고뇌마저 뻔하다는 생각에 지겨워진다. 그러다 그냥 눈을 감는다. 밤이 유 독 길 다. 2022. 9. 16.
산산조각 - 정호승 산산조각 - 정호승 룸비니에서 사온 흙으로 만든 부처님이 마룻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이 났다 팔은 팔대로 다리는 다리대로 목은 목대로 발가락은 발가락대로 산산조각이 나 얼른 허리를 굽히고 서랍 속에 넣어두었던 순간접착제를 꺼내 붙였다 그 때 늘 부서지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불쌍한 내 머리를 다정히 쓰다듬어 주시면서 부처님이 말씀하셨다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을 얻을 수 있지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으로 살아갈 수가 있지 2022. 9. 6.
그냥 모든 게 무서운 밤 2022. 9. 3.
혼자 혼자인 날. 유독 혼자이고 싶은 날. 오늘은 그런 날이다. 사람들에 둘러 싸여서도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 아무렇지 않은 척, 행복한 척 연기를 펼치고선 집에 오자마자 툭툭 떨어지는. 소리내어 울면 매를 맞던 어린이는 어른이 되어서도 숨을 죽인다. 텅 빈 마음을 술로 채워도 밑 빠진 독마냥 다시 텅. 술병 같은 내 마음, 마시면 마실수록 비어만 간다. 내가 날 어떻게 달랬었더라? 기억이 까마득하다. 자고 일어나면 거짓말처럼 괜찮아지길. 2022. 6. 20.
감정의 꽃. 시선에서 싹트고, 관심에서 자라고, 가슴에서 피어나는. 감정의 꽃. 2022. 5. 10.
나, 너, 우리. 어느 날엔 칼에 찔려 피를 흘리기도 하겠지. 또 어느 날엔 길가에 핀 라일락 향을 맡고 행복에 겹기도 할 거야. 사랑에 지쳐 눈물 흘리는 날도 있을 거고. 끝도 없이 밀물처럼 차오르는 우울에 잠겨 숨 못 쉬는 날도 있을 거야. 그렇지만 그럴 때마다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을 생각해. 내가 어떻든 간에 날 사랑해줄 사람들 말이야. 그 친구들은 내가 어떤 색을 띠고 있든 괘념치 않을 거야. 왜냐면 우린 그런 사사로운 일에 신경 쓸 정도로 한가하지 않거든. 서로 바라보고 아끼고 사랑하기에도 턱없이 모자란 시간인걸. 슬픈 일도 행복한 일도 언제든 이야기할 친구가 있다는 게 얼마나 복된 일인지. 눈물 나도록 감사한 밤. 좋은 사람 곁엔 좋은 사람들이 모인다더라. 내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한가득인 걸 보니 나도 좋은 .. 2022. 4. 22.
구슬 하루에 한 개씩 거르지도 않고 꼬박꼬박 오는 메세지가 너무 숨 막혀서 미쳐버릴 것 같다. 발신자는 내 아빠, 수신자는 그의 답 없는 둘째 딸. 메세지가 길면 길수록 감정의 골은 깊어진다. 날 위해 하는 말인 거 아는데, 아주 잘 알겠는데, 그 방식이 나와는 너무 달라서 하루가 지날수록 목을 옥죄어 온다. 내 삶의 가치를 폄하하는 말을 반복해서 들으니 이젠 정말로 내가 보잘것없는 시간을 보내왔다고 생각하게 된다. 사람 하나 바보 만드는 거 참 쉽구나. 당신 고생은 고생이고, 내 고생은 고생도 아니라고 하니 할 말이 없다. 나로 살아본 적도 없으면서 왜 함부로 말하지. 힘들다고 얘기하면 징징댄다고 하고, 힘든 내색 하기 싫어 말을 안 하면 가족들과 대화 좀 하라고 하고. 친구처럼 지내는 부녀지간이 되고 싶다.. 2022. 4. 20.
내 이름이 뭐야? what's my name who am i 2022. 2.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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