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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Arts/책 Books

✏️📚 독후감:「칵테일, 러브, 좀비 - 조예은」

by 둘째 Dooljjae 2022. 9.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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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점: ★★★


(스포일러 주의)




<칵테일, 러브, 좀비> 중 ‘오버랩 나이프, 나이프'를 읽고.


Q.

당신에게도 되돌리고 싶은 순간이 있나요?
악마가 그 선택을 되돌릴 기회를 세 번 준다면, 제안을 승낙할 것인가요?


(p.111 中) 이것은 흔하고 흔한 이야기이다. 영화에서, 책에서, 드라마에서, 뉴스에서, 중후한 목소리의 연예인이 진행하는 사회 고발 프로그램에서, 범죄 다큐멘터리에서, 우리 일상의 곳곳에서, 살면서 누구나 한 번쯤은 접했을 진부하지만 자극적이고, 안쓰럽지만 불편한 그런 이야기. 아버지가 어머니를 죽였다.

(p.115 中) 이것은 흔한 이야기이다. 지방에서 올라와 대학교 근처에서 홀로 자취를 하는 여대생이 범죄의 표적이 되는 것은, 흔하다는 표현을 넘어서 어떠한 상식 같은 것이다. 어떤 범죄자도, 온 가족이 함께 사는 집에서 통학하는 건장한 남자를 노리지는 않는다. 나는 수개월째 스토킹을 당하고 있었다.

그렇다. 흔하디 흔한 이야기이다. 스토킹 당하는 여성을 예민한 사람으로 치부하고, 가정폭력을 모른 체 하고, 혼자 사는 여성을 범죄 대상으로 삼는 것 말이다. 이야기 내내 깔려있는 우리 사회의 모습을 보며 한편으로는 답답함을 느꼈다.
여성 작가가 쓴 소설이라 여성주의적인 시선이 있는 점은 좋았지만, 너무나 하이퍼 리얼리즘적인 파트를 읽을 때는 속이 갑갑했다. 그게 싫었다는 말은 아니고… 읽으면서 좀 힘들었달까?

(p.124 中) “가위바위보도 삼세판인 것처럼, 기회는 딱 세 번이야. 과거로 돌아갈 수 있어. 후회했던 선택을 바꿀 수도 있어. 하지만 결과는 어찌 될지 몰라. 모든 것이 바뀔 수도 있지만 바뀌지 않을 수도 있지. 네가 선택해. 시간을 되돌려 줄까?”

(p.126 中) 역시, 시간을 되돌려도 생각보다 많은 것이 바뀌진 않는다.

인터넷 어딘가에서 본 글 중 이런 글이 있었다.
“지난 날의 자신의 결정을 후회하지 말라. 단지 그 이유와 상황이 기억나지 않는 것 뿐, 그때는 그게 최선이었기에 그런 결정을 내린 것이다. 과거의 자신을 믿고 지금을 열심히 살아라.”
읽으면서 공감했던 글인데, 만약 악마가 나에게 과거로 돌아가겠냐는 제안을 한다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러겠다고 대답할 것 같다. 이유는… 밑져야 본전이니까.
나 같은 경우에는 전공을 선택할 때의 순간, 즉 중학생 혹은 고등학생 때로 돌아가고 싶다. 당시엔 방송 일이 이렇게 고된 줄 몰랐고, 박봉인 줄도 몰랐으니까. 물론 힘들지 않은 일이 어디 있겠냐만은, 그래도 어릴 때부터 다른 직업을 위해 꾸준히 노력했다면 지금보다는 스트레스가 덜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다.
그럼 어떤 일을 선택할 거냐고? 그건 비밀이다! 왜냐면 부끄러우니까~

(p.136 中) “내가 태어나기 전으로도 갈 수 있어?”

이 파트는 왜 적었냐면… 이런 생각을 아주아주 진지하게 하던 때가 있기 때문이다. 유독 힘들었던 해에 ‘차라리 태어나지 않았더라면…’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었더랬다.
그치만! 지금은 사랑하는 친구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정말 즐겁고 행복해서 더 이상 이런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프롬제로에서의 인연이 더 소중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 내 안의 우울을 비워내고 그 자리를 사랑으로 가득 채워준 장본인들이니까…
독후감에서 갑자기 사랑고백을 해서 읽다가 당황한 사람이 있을 수 있는데, 그만큼 내가 당신들을 사랑한다는 걸 알아주었으면. 모두들 사랑하고 또 사랑해요…<3

(p.151 中) 나는 세 번의 기회를 다 써 버렸고 결국 과거의 아버지를 죽이지 못했다. 이제 미래는 어떻게 되는 걸까? / “어떻게 되긴, 아무것도 바뀌지 않아.” / 귀에 익은 목소리가 말했다. 맞는 말이다. 결국, 벌어질 일은 벌어지는 법이다.

(p.157中) ”결국 벌어질 일은 벌어지지. 깔깔깔.”

이 책의 저자도 운명론자일까? 참고로 나는 운명론자다. 경이가 들으면 질색할 이야기지만 내가 운명론자인걸 어쩌겠어.
그렇다고 내 노력으로 결과를 바꿀 수 없다는 이야기는 아니고… 당신들을 내 인생의 한 챕터에 들인 것, 이 책을 만나게 된 것, 호주에 가게 된 것, 바다를 좋아하는 것, 여성으로 태어난 것 등이 운명이 관여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왜냐고 자세히는 묻지 말길… (경이한테 하는 말 맞음) 나도 왜 이렇게 생각하는지 잘 모르니까… 그냥 어릴 때부터 이렇게 생각해와서 나한텐 너무 당연한 부분이라 설명이 힘들다.



내 독후감은 여기서 끝!
정말이지 이유를 모르겠지만, ‘오버랩 나이프, 나이프'를 다 읽어갈 때 즈음부터 엉엉 울기 시작해서 다 읽은 뒤에도 한참을 눈물을 뚝뚝 흘렸다. 이게 무슨 감정인지는 모르겠는데 그냥 눈물이 막 나던데… <칵테일, 러브, 좀비>에서 ‘습지의 사랑'을 최애로 꼽는 사람들이 많다고 들었는데, 나는 ‘오버랩 나이프, 나이프'가 가장 인상깊었다.
한국 소설을 읽은 것은 정말 오랜만이었는데, 한국 여성 작가들의 기량이 대단함을 몸소 느꼈다. 좀 전에 카톡으로 조예은 작가의 신작이 나왔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그 책도 꼭 구매해서 읽어봐야겠다.
그럼 진짜로 끝! 안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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